교회건축에 대한 이해(전성민 교수) 교회건축에 대한 이해(전성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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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건축에 대한 이해(전성민 교수)

교회에 관한 생각들

by Sungmin Kim 2016. 6. 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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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헤미야의 성전건축은 결국 하나님나라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백성들의 공동체를 세우는 일이었다. (사진: 나들목교회 사역자들)


느헤미야 길라잡이: 사람을 통해 공동체를 세우라

전성민 / ‪#‎밴쿠버기독교세계관대학원‬(‪#‎VIEW‬) 세계관 및 구약학 교수)

느헤미야는 평신도 개혁자였다. 이스라엘의 귀환 공동체의 개혁을 이끌었던 또 다른 한 사람인 에스라는 학자이자 제사장이었지만(스 7:11), 느헤미야는 아니었다. 느헤미야는 세속 사회의 관리, 그것도 제국 권력의 핵심에 있던 ‘왕의 술 관원'이었다(느 1:11). 왕의 술 관원은 왕의 비공식적인 자문 위원이자 대화 상대로 왕의 측근 경호원으로 보기도 한다. 항상 독살의 위험이 있는 왕의 신변을 보호하는 사람이다. ‘평신도’는 현대의 개념이며 엄밀하게 말해 신학적으로 부적절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느헤미야를 ‘평신도’라고 부르는 데 큰 무리는 없다. 그러나 그는 하나님 백성의 일원으로 제사장 에스라 만큼이나 신앙 공동체의 지도자로 헌신했다.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를 다시 세우다

우리는 흔히 예루살렘 성벽 건축이 느헤미야기 했던 가장 큰 일이라고 알고 있다. 이 때문에 예배당 건축을 독려할 때 느헤미야서를 많이 이용하기도 한다. 게다가 이방 사람들의 방해를 이겨내고 건축에 성공하기에, 오늘날 교회 건축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정죄하는 데 느헤미야 말씀이 오용되기까지 한다. 물론 느헤미야가 방해를 극복하고 무엇인가를 다시 세운 것은 분명하다. 그가 마침내 진짜로 재건해 낸 것은 무엇이었는가?

느헤미야는 예루살렘 성벽을 다시 세웠다. 그러나 그것은 성벽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갈 하나님 백성 공동체를 견고히 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 느헤미야서는 히브리 성경에서 에스라서와 함께 한 권으로 되어 있다. 에스라-느헤미야의 중심 주제 중 하나는 예루살렘의 성전, 성벽, 공동체의 재건으로, 성전을 건축하라는 내용에서 시작해서(스 1:3), 예루살렘 성벽의 중건으로 이어진다(느 6:15). 그리고 예루살렘 주민들로 대표되는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와 그들의 삶을 다시 세우고(느 11장). 성벽을 봉헌하는 것으로 마친다(12:27-43).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를 세운 이후에야 성벽을 봉헌했다는 것은 이 모든 일들의 궁극적 지향이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사실 구약시대 성전의 진정한 역할과 의미를 신약시대에는 그리스도의 공동체가 이어 받았다. 이 점에서 에스라-느헤미야의 성전과 성벽 재건이 하나님 백성의 공동체의 재건을 지향하는 것은 성경 전체 메시지와 잘 어울린다. 그러므로 구약에 나오는 성전과 관련된 메시지는 건축물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공동체에 대한 것으로 이해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성전은 황폐했지만 자신들의 집은 잘 꾸몄던 유다 백성을 하나님이 책망하시며 “성전을 건축하라.” 하신 것은 교회 건물 건축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성전인 그리스도의 공동체를 세우라는 도전으로 적용해야 한다.

사람, 사람, 사람

느헤미야서에는 여러 사람의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느헤미야가 세운 공동체가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공동체임을 잘 보여준다. 3장에는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하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나온다. ‘성직자’인 제사장(3:1, 22, 28)과 ‘평신도'인 금장색과 향품 장사(3:8)가 한 마음으로 일했다. 40개가 넘는 공사 구간들에서 여러 배경의 사람들이 동시에 작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서로를 긴밀히 살피는 마음 때문이었다. 7장의 “처음으로 돌아온 자들의 계보”(7:5)는 당시 기준으로 약 90년 전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다(스 2장 참조). 공동체는 세대를 넘는다.

10장에는 죄를 고백한 후 세운 언약에 서명한 사람들의 이름이 나온다. 제사장과 레위인들 뿐 아니라 성전 막일꾼들(느디님 사람들), 여인들과 자녀들까지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언약에 참여했다(10:28). 11장에는 아직 황폐했던 예루살렘(7:4 참조)에 자리 잡고 살며 공동체를 세워 간 여러 가문과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이름과 족보가 나오고 12장에는 요아김, 느헤미야, 에스라 시대에 활동했던 제사장과 레위인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 서로 살던 시대는 달랐지만, 성전과 성벽을 다시 세우고 공동체를 회복시키는데 있어서 이들은 하나였다.

여호와는 사람들의 하나님이시다. 예루살렘 성벽이 완성되었어도 그 안에서 살아갈 백성이 없을 때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 처럼, 교회 건물이 아무리 화려해도 그곳에서 회복되는 하나님 백성이 없다면 그것은 성도의 힘과 자원을 고갈시키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성벽 건축과 공동체의 재건은 느헤미야 혼자서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헌신해 이루어 냈다. 사람들을 통해 공동체를 함께 세워가는 것은 지금도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다. ‘평신도'와 ‘성직자’의 구분 없이 하나님의 온 백성 주어진 소명이다.

* 생명의 삶 2016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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