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활동가 양성과정 세미나 후기
- 우리 동네가 내 고향이라면,
“저랑 함께 갈 곳이 있어요.”
평소에 알고 지내는 도서관장님이 나를 이끈 곳에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있었다. 이렇게 발을 들여놓게 된 나는 마을이룸학교를 거쳐 마을활동가 양성과정까지 훈련을 받게 되었다. 월계동에 이사 온 지 4년이 되었지만 아는 사람 없이 유령처럼 지냈었다. 인생 반을 돌아 나이 50을 앞두고 1년을 쉴 계획을 하고 백수가 되어서야 마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동네 꼬마들과 중고등학생들이 지나다는 모습, 어르신들이 잠시 쉬며 노닥거리는 정자, 주변의 가게들이 눈에 들어왔다.
노원구, 그리고 월계동. 이 마을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시골출신인 나는 고향의 향수를 느낄 때마다 그곳의 정취들을 기억하곤 한다. 그저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곳이지만 고향은 나의 정서와 성격과 문화까지도 지금의 나로 성장하게 만든 곳이다. 하지만 지금의 월계동은 그저 잠시 머물다가는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일까? 그렇다면 인생이 얼마나 팍팍할까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삶은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정을 나누고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그것이 문화가 되는데 그런 것이 없다면, 앞으로도 쭉 이렇게 살아야한다면 너무나도 아쉬울 것 같았다.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물론 내 주변에는 모두 여성들뿐이었다. 간혹 나이 지긋하신 남성들도 있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훈련에 참여했고 마을행사에 참여할 일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았던 터라 그 배짱으로 잘 마칠 수가 있었다. 덕분에 많은 혜택을 누렸다. 몇 가지 나누자면,
우선적으로 사람이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발을 한 발 내디딘 만큼 실제로 사람들을 만났다. 대부분이 노원구의 사회경제지원센터와 연결되어 각자의 관심영역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먹거리, 장터, 도시농업, 도서관, 교육, 놀이, 예술과 문화공연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활동들이 그들의 헌신과 노력으로 담쟁이 넝쿨처럼 여기저기에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들을 만나서 이야기하고 듣고 공감하며 같은 관심사에서는 어떻게 해 볼까 이리저리 궁리하며 보냈던 시간들은 나에게 더 없이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들에게서 배울 수 있었던 것은 하나같이 꿈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들이 하고 있는 사업들이 잘 되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그 공통된 꿈은 살고 있는 마을이 행복해지는 것을 꿈꾸고 있었다. 그렇게 작은 꿈 담쟁이 잎사귀들이 모이면 온 마을을 파랗게 물들일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런 과정 중에 내가 이 마을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일에 어떻게 작은 보탬이라도 될까 고민하게 되었다. 훈련이 마칠 즈음에는 평소에 나의 전공이기도 하고 관심사였지만 그 동안 묻어두었던 교육이 떠올랐다. 마을의 아이들이 공교육과 더불어 어린아이에서부터 대학까지 통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자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전개될지는 나도 모를 일이다.^^
두 번째는 훈련의 내용에서 아주 실제적이고 유용한 학습을 하게 되었다.
첫 시간, 노원 역사와 문화에 배우는 시간이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원래 이런 곳이었네, 고개를 끄떡이며 열심히 적어나갔다. 아직도 노원이 경기도에 속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여러 문화재들이다. 내가 사는 동네 바로 뒤에는 초안산에는 많은 분묘가 있는데 그곳이 내시들의 무덤이었다는 것, 하계동의 한글영비의 무시무시한 저주의 글 등.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마을의 유산들이 알고 나니까 더욱 관심과 애착을 가질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훈련시간들 속에서 서울시의 마을공동체에 관한 정책, 마을활동가로서의 상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주민들이 조직화하고 네트워킹하는데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지, 조직활동에 대한 소통은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마지막 시간에는 지역의 작은 모임과 활동들의 관계망 확장들과 전망들을 배우고 더불어 내 자신이 꿈꾸는 마을공동체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내용은 알찼고 희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 희망은 이제 더 이상 관에서 공지한대로 따랐던 수동적인 수혜주민의 삶에서 내 삶의 터전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적극적인 참여시민의 삶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에서 사회가 더 나아지고 행복해 질 것이라는 기대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사람들이 보인다. 그저 스쳐가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면 나 또한 그들에게 그저 스쳐가는 사람일 것이다. 바로 옆집에 사는 사람조차에게도 인사한 번 못 나누는 삶이 행복할까 싶다. 참여시민의 삶은 밖으로 나와서 인사하고 악수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을활동가들의 역할이 있다면 동네 주민들을 스스로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고 격려하는 일일 것이다. 그 곳에서 주민들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팍팍한 도시의 한 동네가 이제는 고향으로 여기며 살아갈 날을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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