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도서관에 와있다. 아주 익숙했던 이 동네, 젊은 청춘의 방황과 희망, 그리고 분노와 절망, 그리고 희망과 사랑이 묻어있던 이 곳, 많은 시간을 돌아서 이제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않고 다시 제자리로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총신대 앞, 우리가 신혼살림을 차렸던 집은 둘째 누나의 딸 아들 둘이서 살고 있다. 하나는 얼마 전에 1년 동안 터키 단기선교를 다녀왔고 또 한 녀석은 총신대를 졸업하고 신대원에 들어가야 할 이 때, 중요한 믿음의 계단을 딛고자 고민하고 있다. 이 자리로 돌아와 보니 정작 내 주변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들이 나의 소중한 것들이요, 주변의 사람들이 나의 소중한 사람들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문득 그 동안 헤매다가 이곳까지 오게 된 기나긴 삶의 여정이 허망하거나 부끄럽지만은 않다. 오히려 그분의 오묘한 섭리를 느끼게 된다.
한국 오기 전,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익히기 위해서 함께 불렀던 내가 아주 좋아하는 노래, 내 삶의 복음서 같은 노래 한 곡을 띄운다. 조용필, 박정현 버전 둘 다 좋지만 장기하 버전이 오늘따라 마음에 확 와 닿는다.
2013.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