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학교협동조합이 활발한 이유
영국 협동조합대학 교육담당책임자, 줄리 소프와의 대화
이 날 줄리 소프 교육담당책임자는 협동조합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학교협동조합이 뜨겁다. 학교매점에서 시작해 수학여행과 교복, 친환경 급식 등 학교생활 필수 재화들에 건강하고 안전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협동조합의 경제성과 교육성에 주목한 전국의 학교들이 속속들이 법인 설립에 박차를 가하는 데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마을을 만나려는 움직임도 분주해 보인다.
하지만 시작단계인 만큼 양적 성장이 고무적이지만 또 그만큼 협동조합 정신의 이해라는 질적인 부분이 조금은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학교협동조합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자랑하고 있는 영국의 사례를 직접 들어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영국 협동조합대학 줄리 소프 교육담당책임자가 방한해 7월 25일,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내 스페이스류에서 국내 학교협동조합 관계자 및 사회적경제 교육에 관심을 가진 시민들에게 강연을 했다. 그는 협동조합대학이 하는 일과 가치를 소개하고, 영국 내 협동조합학교 추진상황, 교육과정으로서 사회적경제를 학습해온 경험 등을 설명했다.
협동을 가르치는 학교, 협동조합대학
줄리 소프 씨는 “제가 소속되어 있는 협동조합대학은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학교”라며 “1차 대전 이후인 1919년에 영국협동조합유니온(영국협동조합전국연합회의 전신)이 설립”했다고 소개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들에 협동조합 교육을 하는 게 이곳 학교의 주요업무라고 덧붙였다. 이곳 대학 학생들을 포함한 협동조합의 가치와 운영원리 그리고 실용적 지식을 알고 싶어 하는 협동조합 기업과 조직들에게도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영국의 첫 번째 협동조합은 1844년에 영국 로치데일이라는 도시에서 탄생했다”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선 이들이 선택한 것이 바로 방직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의 유통회사”였다고 이야기했다. 공장지대였던 로치데일은 공장을 가진 자들이 유통회사도 함께 가지고 있었는데, 그들이 더 높은 마진을 내기 위해 생필품에 쓰레기를 집어넣는 등 생활에 직접적인 위험이 가해져 사람들이 뭉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녀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줄리 소프 자신이 생각하는 ‘강한 협동조합’은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단순히 일을 잘 하고, 효율적인 일처리 구조를 가진 조직은 답이 아니라고 말했다. 협동조합 존재가치와 이유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현하는 조직이 올바른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협동조합 교육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교육 없이는 제대로 된 기업운영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양질의 물건을 제 값에 구매한다는 소기의 목표를 성공한 로치데일 이후의 상황을 그 이유로 들었다. 로치데일의 성공 이후 영국 전역에 협동조합 모델이 퍼져가는 과정에서 경영능력 부족 등의 이유로 망하는 기업들이 속출했고, 협동조합의 가치와 운영원리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협동조합 조합원들 간의 배당문제나 게으르거나 활동을 하지 않는 조합원을 다루는 문제 등에 해결책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꾸준히 늘고 있는 영국 협동조합학교
줄리 소프 씨는 “협동조합대학은 지금 언급한 이러한 문제점 등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며 “소규모 워크숍과 온라인 강의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제공”한다고 이야기했다. 협동조합학교의 교사를 대상으로 한 협동조합 교육 프로그램을 맨체스터 매트로폴리턴 대학교와 함께 개설, 운영하는 게 대표적인 활동이라고 꼽았다. 영국 리즈대학교와는 국제개발 협약을 맺고 함께 활동 중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현재 내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스리랑카에 협동조합 방식의 재건을 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줄리 소프 씨는 협동조합 교육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녀는 “15년 전부터 영국 내 많은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협동조합 교육을 하고 싶어 했고, 우리 학교에 많은 요청이 있어왔다”며 “그 때를 시작으로 우리 대학은 많은 교육을 해왔는데, 그 중 협동조합학교 운영방식과 교과과정 설계 등을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상담한 후 실행한 학교들의 학생들이 뚜렷한 역량강화를 보였다”고 전했다. 전체 성적이 올랐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데 훨씬 더 활발해졌다고 한다. 또한 자신이 가진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역사회에 애정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같은 공간에서 협동조합 학교로 전환하기만 했는데도 그런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끝으로 그녀는 현재 영국 협동조합 학교 추진 상황을 전해주었다. 영국 내 일반 학교들이 협동조합 학교로 전환하는 환경에 대한 설명이었다. 줄리 소프 씨는 “지금 영국 정부는 수많은 교육개혁을 한꺼번에 시행하는 바람에 학생과 교수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불만을 많이 사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 중 일반 학교의 협동조합 전환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협동조합 지지정책은 우리가 잘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과 지역사회가 주주총회를 열어 의결한 결과로 협동조합학교를 만들 수 있도록 자율권을 폭넓게 인정해준 것이다. 또한 국립학교에서 협동조합 학교로 전환하는 경우 국가에서 협동조합 기구로 지원 주체를 바꾸는 시스템 작업이 진행 중이다. 국가가 토지자산과 학교자산을 지원하던 데서 협동조합기구가 전환하게 될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다.
학교협동조합 그것이 궁금하다
줄리 소프 씨의 강연이 끝나자마자 질의응답들이 이어졌다. 한국에서 학교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느낀 어려움과 영국 협동조합에 대한 호김심 등 다양한 질문들이 그녀에게 향했다.
- 학교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지속가능성이다. 학생 조합원들이 3년간 학교를 다닌 후 졸업을 하면 협동조합에서 이탈하는 셈인데, 그들이 떠난 자리를 어떻게 메꾸면 좋을지 모르겠다. 미션과 사업을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 없이 기존의 미션과 사업을 튼튼히 유지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
우선 영국에서는 학생들이 학교협동조합으로 사업을 진행한다기보다는 학교 자체가 협동조합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합원이 떠나더라도 학교 차원에서 협동조합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 드리고 싶다. 그 점을 제외하고 말씀드리자면, 영국 학교협동조합에서는 매년 사업운영 계획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시간을 꾸준히 갖는다. 선후배들이 해당 학교의 협동조합 가치와 사업을 공부하는 시스템을 마련한 셈이다. 또한 한편으로는, 굳이 이전의 사업 혹은 가치를 계승해야하는지 묻고 싶다. 새롭게 시작하는 학생들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히기 보다는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학교협동조합을 성공과 실패의 기준으로 보는 대신 경험을 쌓는 장을 제공하는 곳으로 보자고 이야기 드리고 싶다.
- 한국의 학교협동조합들은 대부분 소비자협동조합 형태를 띠고 있다. 학교 매점이나 교복 사업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영국은 학교 자체가 협동조합이라고 말씀하시니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협동조합학교는 어떻게 운영되는 학교인지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영국의 협동조합학교는 일반적인 국공립학교들처럼 기본적인 국가의 지원과 감사를 받는다. 국가가 요구하는 시험도 똑같이 치른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교과과정을 예로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리 과목을 배운다고 가정해보면, 일반적인 교과과정에서는 ‘어떤 왕이 어느 지역을 지배했다’라는 식으로 서술이 되어 있다. 그런데 협동조합 학교는 같은 시기 공정무역이 지역마다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등을 가르치는 식이다. 경제 과목을 가르칠 때도 기업운영 방법을 설명할 때 협동조합이라면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에 대해서 교육을 좀 더 하는 등의 차이가 있다. 국가에서도 기본적인 시험 결과수준에 도달만 하면 교육과정에 간섭을 하지 않는다. 또한 영국의 일반 학교들에서는 우열반이 많이 존재하는데 협동조합학교는 그렇게 나누지 않는다. 팀을 만들게 해서 팀 과제를 많이 주는 편이다.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게 만들지 않고, 협동을 해서 함께 문제를 푸는 능력을 체득시키는 게 하고 있다.
- 앞선 강연에서 협동조합학교에 소속되어 있는 교사들을 위한 교과과정이 있다고 했다. 자세한 설명 부탁드린다.
교사들이 협동조합 전문가가 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자신의 학교를 어떤 협동조합 학교로 만들지, 운영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많은 고민을 해보는 게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현재 우리 대학에서는 현재 총 40명의 교사들이 석사 학위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들 모두 자신의 학교를 주제로 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또한 우리 학교에서는 CPD(continues professional development)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협동조합 가치를 교육하는 세미나를 먼저 실시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직접 교사들이 다른 학교에 가서 그 내용을 가르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배운 내용을 직접 다시 가르치는 기회를 가르침으로써 전문가로 성장하는 셈이다.
- 협동조합학교로 전환하려는 일반 학교들이 많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경우 협동조합대학에 일반 학교가 교육 요청을 하면 어떤 과정으로 상담이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학교 내에 협동조합 상담 팀이 있다. 그 팀이 상담을 요청한 해당 학교와 이야기를 하면서 수익구조를 만들 수 있는 사업을 함께 모색해준다. 또한 그 과정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렇게 협동조합학교이 만들어지면 그 이후로는 학교역량에 맡긴다. 협동조합 교육이나 관련 자료들을 지원하는 정도를 제공하는 선에 머문다고 보시면 된다.
글. 조득신(벼리커뮤니케이션 소셜리포터)
사진. 이우기(사진가)
http://blog.naver.com/sehub/220778317542
[출처] 영국에서 학교협동조합이 활발한 이유|작성자 세모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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