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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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세상읽기/이것 저것

by Sungmin Kim 2016. 6. 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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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가지 거짓말' 은 철학자 슬라보에 지젝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글쓴이는 아고타 크리스토프(Agota Kristof). 1935년 헝가리에서 태어나 2011년에 스위스에서 죽었다. 이 책을 발표하여 유럽의 밀란 쿤테라에 비견될만한 주목받은 작가가 되었다. 이 책은 원래 3부작으로 되어있다. 5년에 걸쳐, '커다란 노트'(1986), '증거'(1988), '세 번째 거짓말'(1991)을 2,3년의 시차를 두고 발표했다. 


내용은 이 세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진행되는 듯, 이어지고 있고, 그 이야기를 이어볼라치면 연결되지 않는 사건들도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작품해설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이 세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담기 위해서 무리하지만 3부작으로 묶어서 구성했다. 


이야기의 모티브는 작가가 살던 시기와 어린 시절, 오빠와의 관계로부터 가져왔다고 밝히고 있다. 2차세계대전 당시 헝가리의 어느 소도시(쾨세그)가 배경이다. 나찌의 점령하게 군인들이 등장하고 나찌가 물러가자 해방군의 이름으로 소련군이 점령한다. 그런 급박한 정치적 소용돌이와 그 속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치 현재 접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그러다보니 그런 일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정치 군사적인 원인들은 사라지고 그로 인한 고통과 아픔은 주인공인 루카스와 클라우스의 이야기 속에  좋은 무대장치로만 느끼도록 만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작가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서 유럽 현대사의 문제들을 부각시키고 있다. 2차세계대전, 헝가리의 미완의 혁명, 사회주의 붕괴 등. 한 개인의 인생이 결코 우리가 살고 있는 정치 사회와 분리될 수 없음을 형상화하고 있다. 


작가 역시도 1944년, 가족이 가까운 마을로 이사를 하고 쌍둥이처럼 가깝게 지내는 오빠와 헤어지고 기숙학교에 들어가서 마르크스주의를 배워야했다. 그리고 열여덟에 결혼했지만 소련 군인들이 헝가리 부다페스트까지 쳐들어 오자 반체제 운동을 하던 남편과 함께 오스트리아로 도망간다. 난민으로 살아가는 그녀는 난민들에게 무관심하고 냉전한 그곳에서 극한 외로움을 겪게 되고 생계를 위해 열시간씩 시계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이혼한 후에 대학에 들어가 프랑스어를 배우고 프랑스어로 작품활동을 하다가 스위스 뇌샤텔에서 사망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상당히 분리된 채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권력자들은 그것을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문제를 우리 자신만의 문제로 돌리게 하고 우리가 겪는 고통 또한 우리 자신의 잘못이나 우둔함에서 기인한 것으로 몰아간다. 

우리가 인생에서 겪은 아픔과 고통은 우리 책임이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굳이 전쟁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되어야만 깨닫는다면 너무 늦다. 나라의 역사이든 세계의 역사이든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들어가는 주도적인 서사가 되어야 한다. 고통과 아픔을 겪더라도 내가 원인이 되어야한다. 국가와 사회가 원인이 된다면, 소설에서 보듯이 우리는 심각한 자기 분열을 일으키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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