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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조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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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min Kim 2016. 6. 1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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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아이들로 인해서 소란스럽다.

막내는 아침밥도 안먹고 누워서 징징댄다. 그모습도 귀엽기는 하다.^^ 태권도 학원에서 농촌체험을 1박2일로 가는데 엄마가 거절했다는 것이다. 나도 안내서를 봤다. 내가 한 번 더 설명했다. 왜 못가는지를. 정확히 말해서 엄마 아빠가 왜 못보는지를. 일단 주일과 겹친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방학 때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시골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리고 회비가 많이 든다. 어쨌든 이런 이유를 설명했지만 계속 울면서 포기할 줄 모른다. 나도 화가 난다. 내가 잘 설명해도 듣지 않는 아이가 짜증스럽다. 결국 내문제가 된다.^^. 막내는 빨래를 돌리고 있는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서 조근조근하게 말한다. 요지는 그렇다. 나에게 화내지 말고 시간을 두고 생각하며 결정하자는 것이다. 한 방 먹었다. 막내에게 나는 용서를 구했다. "너의 기분을 잘 몰라주고 내 말만 했네, 미한해 지한아".

둘째가 물통에 얼린 물을 보여주며 참 신기해 한다. 조금 후에 누나가 물통을 찾는다. 누나는 얼마전에 자기 물통을 잃어버려서 그 물통을 사용한다. 둘째는 그것을 모르고 어제 저녁 물통에 물을 담아 얼려놨던 것이다. 누나는 이렇게 저렇게 말하며 결국 물통을 가져가 버린다. 둘째는 못내 속상하다. 나는 둘째에게 얼음물이 필요하다면 사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둘째도 그 물통이 필요하다. 자기가 정성스럽게 얼려놓은 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첫째에게 물었다. 첫째는 오직 그 물통이 필요했다. 아무튼 힘쎈 누나가 물통을 챙겼고, 둘째는 서러운 듯 닭똥 같은 눈물을 글썽였다. 나는 둘째에게 누나가 잘 못한 것이고 네가 양보했기 때문에 나중에 누나에게 보상을 받게 하자라고 달라고 학교에 보냈다.

부모는 새삼 중재자 또는 조정자(Facilitator)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에게 강압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독립적인 인간들이다. 때로는 서로 싸우고 말도 안되는 논리로 우기지만 결국 그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 여기서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잘 조정해 주는 것이다. 강압적인 조언은 결국 명령이다. 부모들 뜻에 맞는 방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부모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부모의 최대 역할을 그들이 스스로 독립적인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것이라 믿는다. 

가족 뿐만 아니라 가깝게는 교회 공동체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교회 행정 측면에서 탑다운 방식의 사역은 결국 독립된 개체로서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성숙과는 거리가 멀다. 목양도 마찬가지이다. 더러는 목회자가 아주 명령하듯이 성경말씀을 인용하여 피목양자에게 종교적인 행동을 강요한다. 이 것 또한 아주 수동적인 신앙인으로 만들고 결국 교회 리더쉽에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문화로 만들어 버린다. 교회의 리더 역할이 무거울수록 조정자 역할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교회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역할은 진리의 울타리가 되어서 그 안에서 성도들이 독립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고 깊은 인격적인 교제를 누리게 하는 것이리라 믿는다.  울타리의 지경이 넓을수록 성도들의 신앙의 영역도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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