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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아래 더불어 사는 삶

내가 읽은 책

by Sungmin Kim 2012. 11. 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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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아래 더불어 사는 삶

- 디트리히 본회퍼/곽계일 역

 

얼마 전에 한 전도사님으로부터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함께 비브리칼에서 공부했던 분인데 이번에 책을 번역했었다고 한다. 그리고 책을 보내면서도 내가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니라 다를까 내가 본받고 싶어하는 본회퍼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사실 나는 본회퍼는 주먹구구식으로 알고 있었고 가끔 설교에 인용하기도 하지만 전기를 읽었다거나 이분의 사상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된 책을 완독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너무 반가웠다.

 

이 책은 본회퍼의 사상집이라 할 수 있다. 그분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특히 교회에 대한 생각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지금 내가 목회하고 있는 뉴욕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교회공동체가 왜 아픔을 겪고 분열이 되는지 아주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어떻게 말씀과 더불어 살아가며 그 말씀이 우리의 실존에 반영될 수 있을까에 대한 묵상을 담아놓았다. 그래서 더욱 실제적이고 현실적이라서 좋았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시편에 대해서 설명해 놓았는데 학문적이지만 쉽게 분류해 놓아고 매우 실제적이다. 시편은 어떻게 구성되었으며 그것이 얼마나 우리의 신앙에 중요하고, 또한 어떻게 묵상할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특히 오래 전부터 예배에서 사용되는 시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고 있다. 초대 교부 중 한 사람인 제롬(347-420)이 살던 때에는 “들판이나 뒤뜰 어디에서나 시편을 부르는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초대교회 성도들의 삶은 시편으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위에서 그 입술로 친히 시편 구절을 읊으시며 돌아가셨”다고 서술하고 있다. “시편이 땅 속에 묻힐 때마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비할 바 없이 고귀한 보화 하나를 잃고 맙니다. 이 보화를 되찾을 때 교회는 기대하지 못한 능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본회퍼의 시편에 대한 생각을 확연하게 엿볼 수가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교회를 생각하게 되었다. 본회퍼는 그 당시 독일고백교회의 목회자요 신학자였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반나치스 지하조직을 이끌다가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처형되었다. 많은 기존 독일교회들은 새롭고 이상적인 교회를 꿈꾸며 나치의 편에 섰지만 그것이 잘 못되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베를린대학 정신과 교수였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되기를 기대했던 가족에게 14살에 목회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 형은 이렇게 묻는다. “왜 그런 보잘 것 없고 무기력하고 따분하고 편협하고 부르주아 집단인 교회에서 일하며 인생을 낭비하려 하느냐.그러자 그는 “형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런 교회를 개혁하면 되지”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사실 이 책은 나에게는 교회론에 관한 책으로 읽혀졌다. 교회의 공동체성, 그리고 그 공동체성을 이루기 위한 말씀, 섬김, 예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이런 요소를 집약할 수 있는 성만찬의 강조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이 어떻게 교회 공동체에 스며들고 성도들 간에 서로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룰 것인가를 잘 설명해 놓았다.

 

각주부분에 이렇게 성찬식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초대교회의 저스틴에 의하면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진행되었는데 첫 부분은 성경 연속읽기와 시편기도가 어우러져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신 일들을 회상하도록 구성되었고 둘째 부분에서 성경을 놓았던 자리에 빵과 포도주를 대신해 놓고 성만찬을 치렀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공감하면서도 씁쓸한 웃음을 자아냈던 것은 역자가 후기에서 목사님들에게 성찬예식을 왜 자주 행하지 않는 가에 대해 질문했을 때 그들의 인색한 대답과 역자의 설명이었다. 그는 그들은 성찬예식을 자주하면 식상해져서 참의미가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이 논리라면 하나님 말씀도 자주 전하지 말자고 제언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말씀을 자주 전하면 그 의미와 무게감이 떨어지고 식상하다”는 것이다. 성만찬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감사하게도 우리교회는 한 달에 한 번씩 성찬식을 행한다. 더욱이 영어회중은 매주 마다 성찬식을 행한다.

 

교회는 성만찬을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되며 그의 한 몸된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이러한 공동체가 세상을 향한 강력한 선교적 실체이다. 예수님께서 인간의 몸으로 형상화되었듯이 우리는 예수님과 연합된 공동체를 실현함으로써 세상의 하나님 나라를 보여주게 되는 것이라 믿는다.

 

목회자이자 신학자였던 본회퍼가 추구했던 공동체가 바로 이런 의미였을 것이라 짐작된다. 나찌를 통해서 자기들만의 거대한 왕국을 세우려했던 교회를 향해서 하나님 나라의 실체를 보여줄 수 있는 고백교회를 실천하여 나찌에 과감하게 저항하였던 것도 그의 이런 교회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무거운 주제이지만 쉽게 읽혀지고 책이 얇고 글자가 커서 부담이 없을 것이다. 성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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